이것이 전쟁이다!

94 l Ⅳ. 낙동강 방어선: 고지전 이 요구를 충족시켜야 했다. 왜냐하면 그와 똑같이 적의 사격 하에 있는 다른 해병 대원들의 길목을 그가 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 해병대원들은 베테랑이었고, 흙탕 물이 튀기는 몸 아래쪽에 눈길조차 한번 주지 않고 적 기관총을 향해 일어서서 곧 바로 돌격했다. 가볍게 무장한 정찰대가 행렬의 전방과 측방을 샅샅이 수색했다. 조우했던 공산 군들은 대부분 교전 없이 물러났다. 그들 역시 전진하는 적의 병력을 정찰해서 알아 내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해병대원들이 사살된 소수의 공산 군을 신중하게 정밀조사를 하며 적들이 실제로 죽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너무 심하게 부상을 입어서 정찰대가 지나가자마자 수류탄을 던지거나 날쌔게 움직일 수조차 없었는지를 신속히 점검했다. 전진하는 해병대의 본대에 배속된 의무병들은 부상 당한 적들을 아군과 마찬가지로 돌봐주었다. 행렬을 정지시키고, 고지 정상을 둘러싸고 참호를 구축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을 때 베테랑이든 새내기이든 해병대원들 모두가 곧 적과 맞닥뜨릴 것이고 치열한 교전이 매우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한개 대대는 참호를 파지 말고, 오히려 멀리 앞쪽 희미하게 보이는 능선 쪽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명령은 좀 더 높은 곳에서 고지들 쪽으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사람들의 가느다란 줄처럼 간신히 들려 왔다. 각 대원은 자기 짐을 지고, 계속해서 오르고, 자신의 생각은 삼켜버린 것 같 았다. 왜냐하면 지금 부대원 모두가 적의 돌파를 저지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반격 에서 그들이 선두에 서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전쟁은 더는 식사시간에 나누는 열띤 주제 따위가 아닌 현실이었다. 공산군 들이 다음 고지를 넘고 다음 계곡을 넘어, 또는 빈약한 나무들의 다음 덤불 안에서 공격할지... 그렇지 않으면 해병대가 공산군들을 공격하는 대신에 공산군들이 크레 이그 장군과 대령과 대위와 중위와 부사관, 그리고 전체 저주받은 무리를 속이고, 오솔길의 다음 굽이 주변에서 매복했다가 그들의 코를 찌르듯이 그들을 습격할 것 인지... 각자가 생각할 때처럼 단순하게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생각으로 게임을 하는 끊임없는‘질의-응답’경기였다. 계속해서 그들은 산을 올랐고, 침묵을 지 켰다. This is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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